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톱니바퀴 이야기

98년생 기간제 교사의 이야기

-1-

삶을 톱니바퀴로 만들 수 없었다. 

내 삶의 주체는 나여야했고, 내가 이끌어가고 그려내야했다. 

그로인한 부작용도 오롯이 내가 감내해야 한다고 생각했다. 

그리고 주체적인 삶을 살기 위해서 작은 부작용 정도는 감내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.

 

믿음은 쉽게 조각났다. 

 

아파트를 한 층씩 쌓듯, 인생을 일 년씩 쌓아나갔다고 봤을때

내 삶은 건축사 소장님이 비용을 아끼려 저층을 철근을 빼고지은 아파트였다. 

부실한 공사치고는 오래버틴 편이었다. 

고층을 쌓아올릴땐 잠시 전세살이를 한 격이니까. 

 

부실공사는 주체적인 삶의 입구에서 나를 무너트렸고, 

나는 삶의 주체는 나중으로 미루고 

우선은 나부터 살아야겠노라 생각했다.

 

 

그렇게 사범대를 졸업했다.

나에겐 약 2000만원과 4년의 시간을 공들인 졸업장과 정교사 2급 교원자격증이 남았다. 

 

 

대학을 선택한 이유는 별다를게 없었다.

생명과학에대한 호기심이 80% (생명공학자가 되어 세상을 이롭게하리라는 꿈이있었다.)

학교 선생님에 대한 불만이 10%

미래가 뜻대로 흘러가지 않았을때, 선생님을 하자는 마음 10%.

 

학교 선생님에 대한 불만이라함은, 

도대체 대학에서 무엇을 배우길래 저렇게 성에 차지 않는 수업을 하는 선생님이 

나를 가르치고 있는걸까?

저 선생님이 아는만큼은 나도 알 수 있겠다. 아니 알아야겠다. 라는 생각을 했다. 

 

 

 

-2-

사회의 톱니바퀴가 되는 것이 싫었다. 

언제든지 대체될 수 있는 인력이라는 사실은 

내가 이 세상에서 유일무이한 특별한 인간이라는 사실과 

정반대되는 것이었다.

 

매일 반복되는 삶과 매일 반복되는 수업을 내가 잘 할 수 있을까?

나의 인생은 좀 더 다이나믹하고 흥미로우며 

큰 파도위를 서핑하는 서퍼처럼 스릴있어야 하는게 아닐까.

 

지금도 남들이 보면 나를 어리다하지만, 

지금의 나에겐 어렸던 그 시절의 생각이다. 

 

 

지금 깨달은 사실은, 나는 특별하지 않다. 

태양계의 유일한 항성인 태양도, 은하계에서는 수많은 항성중 하나일 뿐이다. 

나는 언제든지 대체될 수 있는 인력이었다.

 

그 후엔 이 사회속에 내 자리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. 

선생님이란 톱니바퀴가 되어야겠다 결심했다.

 

나는 특별하지 않기에, 누군가의 극적인 구원자가 될 수 없다.

다만, 내가 싫어했던 행동을 하지않는 선생님이 되려한다. 

내가 만나는 학생들 한 명 한 명을 학생이란 이유로 사랑하고, 존중하며, 배움을 나누는 선생님이고 싶다. 

그저 그뿐이다.